누룩과 같은 천국, 누룩과 같은 교인

김성민 0 6,017 2007.12.19 04:25

주님은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시면서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순전히 하나님 나라의 성장에 대한 양상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누룩처럼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성도들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는 인간의 판단을 뛰어넘어 확장되어 나간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주님께서 누룩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다. 마태복음 16장 6절에서는 “삼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의 누룩”을 주의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사도바울도 고린도전서 5장 6절 이하에서 “묵은 누룩”을 내어버리라고 경고하고 있다.

선뜻 누룩의 의미가 모순처럼 들린다. 한편에서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개미군단과 같은 좋은 이미지가 그려지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결코 되지 말아야할 존재처럼 느껴진다.
전에는 쉽게 간과했던 이 “누룩”의 모순이 담임으로서 목회를 하는 요즘에는 예사롭지 않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성도 한사람 한사람이 하나님께서 목회자로서 나에게 맡겨진 “누룩”이며 나 또한 그 성도 중에 한사람으로 그들 속에 섞여있는 “누룩”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님께서 의도했던 누룩의 의미는 전혀 모순되지 않았다. 적용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이란 의미를 적용해 볼 때 음료로 사용되면 생물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이다. 하지만 홍수라든지 거대한 물의 활동을 생각하면 생물들에게 죽음을 가져오는 악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누룩이 하나님 나라에 적용하게 되면 이 세상이 어떠하든지 결국에는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하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무리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시면서 ‘비록 너희와 같은 작은 무리로 이제 시작되었지만 결국에는 온 세상이 하나님 나라가 될 것이며, 하나님 나라에 속한 백성들이 각 나라와 족속과 방언에서 하나님 보좌 앞에 나와 하나님을 경배하게 될 것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 중에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된 성도들은 각 개인의 마음에서 “누룩”이 제거되고 거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도 정결하지 못한 각종 죄악들이 제거될 것이다. 각 개인과 교회의 “누룩 없는” 거룩성은 하나님의 약속이지만 또한 성도들이 추구해야 할 신앙의 태도이다. 주님께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명령하셨다. 사도바울도 고린도교회를 향해 공동체를 죄악으로 더럽히는 “묵은 누룩”을 내어버리라고 명령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해서 이렇게 순결하고도 진실하게 정화된 거룩한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이며 누룩이 제거된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을 통해서 그의 나라는 누룩처럼 능력 있게 확장되 나간다.

그렇다면 제거해야 할 이런 누룩은 무엇인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은 위선과 정치꾼의 표상이다. 알고 보면 이들만큼 “신실한” 사람들은 없다. 바리새인들은 율법에 능통했고 그 율법을 지키기 위해 목숨처럼 실천했던 사람들이다. 사두개인들 역시 성전의 제사의식을 관장했던 아주 “경건한” 사람들이었다. 사도바울도 “묵은 누룩”을 설명하면서 교인 중에 음행하는 자, 탐하는 자, 우상 숭배하는 자, 후욕하는 자, 술 취하는 자, 토색하는 자라고 말하고 있다.
주님과 바울이 언급하고 있는 사람들의 차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하는 사람들은 다소 “품위 있게”, 뒤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행동할 따름이다.

윌로우 크릭 교회의 자성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목회를 돌아보게 된다. 바울이 언급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다양한 목회활동을 통해서 그들을 소위 “경건한 사람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정작 바리새인과 사두개인과 같은 교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어쩌면 내 자신이 그 부류 속에 속한 사람으로 함께 묻어서 가는 것은 아닌가. 두렵다. 영적인 활동이라고 일컫는 십일조 생활과 봉사, 교회 일에 헌신적인 교인들을 목회자들은 좋아한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목양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성도로 성숙하여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웃을 돌아보고 섬기는 선교적 공동체가 되기를 원한다. 말 한마디에서 영혼을 위로하고, 손과 발이 이웃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부지런하며, 말보다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웃을 감동시키고, 냉수 한 그릇이라도 이웃과 나눌 줄 알며, 자녀들에게 신앙적으로 존경받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들을 세상의 어느 누가 감당하랴!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교사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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