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새로 끼워야
김동욱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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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2 10:12
우리가 입고 있는 대부분의 옷들에는 단추가 달려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단추를 구멍에 끼우기도 하고, 구멍으로부터 단추를 빼어 내기도 한다. 단추를 끼우다 보면, 때로는 구멍의 위치를 잘못 잡아 엉뚱한 곳에 끼우기도 한다. 단추와 구멍의 위치가 맞지 않으면, 옷의 매무새가 뒤틀리게 된다. 구멍과 구멍 사이의 간격이 먼 단추를 끼울 때에는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구멍과 구멍 사이의 간격이 좁은 단추를 끼울 때에는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을 알아채기 까지에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떤 경우에는 맨 마지막의 단추를 끼울 때에서야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인하여 한국의 정국이 많이 혼란스럽다. 나이 어린 학생들로부터 나이 먹은 어른들에 이르기 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연일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광우병’을 이유로 하여 시작된 촛불 시위는 이제 또 다른 빌미들을 내세우고 있다. 취임한지 겨우 100일을 넘긴 대통령의 지지도가 10% 아래로 떨어져 있다. 대한민국 유사이래 이와 같은 경우는 없었다. 대통령을 풍자하는 정도를 넘어, 대통령을 비하하는 온갖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대단한 지지 속에 출발한 이명박 정부가 왜 이런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을까? 한 마디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월권이 이명박 정부가 맨 처음에 잘못 끼운 단추였다.
두번 째로 잘못 끼운 단추는 국민을 향하여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광우병’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정부에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쇠고기와 한국으로 수입되는 쇠고기가 같은 등급의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미국에서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는, 30개월 이상된 소의 고기가 한국으로 수입될 수 있음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었다.
세번 째로 잘못 끼운 단추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언이었다. ‘광우병’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안 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게 대통령의 말이었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결단코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대통령의 말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말이야 백 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리라 믿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나치게 순수하던가 아니면 생각이 모자란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수입업자들은 돈을 벌 수 있으면, 어떤 물건이라도 수입을 하게 되어 있다. 30개월 이상된 소의 고기를 싼 가격에 수입하여 더 많은 이득을 남길 수 있을텐데, 왜 이를 마다하겠는가? 소비자들이 30개월 이상된 소의 고기를 외면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을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무슨 수로 30개월 이상된 소의 고기와 그렇지 않은 소의 고기를 구별할 수 있단 말인가? 실효성이 없는 방안은 정책이 될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잘못 끼운 단추들이 어디 위의 세 가지 뿐이겠는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은 이명박 정권의 초기이다. 잘못 끼워진 단추가 어떤 것들이었는지,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지 알고 있으니, 잘못 끼워진 단추들을 모두 구멍에서 뻐어 내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끼워야 한다. 잘못 끼워져 있는 단추의 숫자가 많건 적건, 잘못 끼워진 단추를 그대로 두고서는 절대로 옷매무새를 바로 할 수 없다. 미루지 말아라! 망설이지 말아라!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라! 그래야 국가도 살고, 국민도 살고, 대통령도 산다.
김동욱(뉴욕 코리안 닷 넷 대표)
* 뉴욕한국일보 2008년 6월 21일(토요일)자 A11면 발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