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신 저희 엄마를 위해서

기숙영 5 7,971 2007.07.08 10:19
이 책은 제가 결혼하고 첫째 아이 낳고 나서 구교형 목사님이 선물해 주신 책입니다.

그 때 목사님이 책 앞에 이렇게 적어 주셨더군요...

"결혼하고 아이낳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살고 있을 때
인생의 종말을 생각한다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복음의 위대한 소망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위대한 이 소망을
나누기 위해
이 책을 드립니다." 2002.12. 구교형 목사

 

이 책은 암에 걸린 아버지 목사(고 김치영 목사)와 그 아들 목사(김동건 교수)가 죽음을 앞두고 나눈 대화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지난 4월 고난주간을 지내면서 갑자기 이 책이 손에 잡혀 다시 천천히 읽었는데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남편이랑도 '우리 부모님들 중에 누군가 돌아가신다면.. '이라는 가정과 '당신이나 내가 만약 갑자기 죽거나 죽음을 앞두게 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곤 했답니다.

그런데 얼마 안지나 4월 말경에 엄마가 담도(간과 담낭 사잇길)에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동생을 통해 들었습니다.

8년 전에 간암으로 한번 고생하셨는데.. 그땐 다행히 초기에 발견했고 잘 치료되어 지금까지 잘 지내오시고 몇년 전부터는 다시 일도  시작하셨더랬습니다. 저희가 미국으로 떠나 올때 까지만 해도 너무나 멀쩡하셨는데...

조금 화가 나는 일은 그동안 엄마는 전력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병원에서 check up을 해왔고 작년 말쯤 옆구리 쪽이 계속 아파서 일부러 병원가서 아프다고 말하기까지 했는데 그때는 깨끗하다고 그랬다고 하네요..

그런데 몇달 후 수술도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이 되었고 항암치료도 크게 효과는 없을 거라고.. 병원측의 말이었습니다.

동생이 간호사로 일하는 아산병원에서 수술해볼만하다고 그래서 서울로 옮겼고, 정밀 검사하는 사이 복수로 퍼져서 수술도 못하고 얼마전 항암치료를 한번 했는데.... 지난 주 검사결과 너무 많이 진행되어 버렸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계속 눈물이 나서 어딘가에 쏟아 놓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글을 쓰는 동안 왜 이리도 담담해질까요...)

아침에 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최장 3주 정도 얘기하는데 지금 엄마 상태로는 이번 주 넘기기 힘들 것 같다고... 7월에 부산에서 예정되어 있던 동생 결혼식도 급하게 서울로 옮겨 이번 주 토요일에 하기로 했답니다. 엄마가 동생 결혼식 참석할  정도까지만 견뎌주셨으면 하고 다들 기도한다고...
 
그동안 엄마도 아버지 없이 너무 힘들게 살아 오셨고 저도 나름대로 젊은 시절을 바쁘게 살아오느라 엄마랑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어 엄마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저는 서울에서.. 캐나다에서 ..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미국에서 엄마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엄마가 처음 암이 다시 재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비록 떨어져 있지만 이 책에서 처럼 엄마랑 그동안 못나눈 많은 얘기들을 하리라 다짐했는데....  이젠 갑자기 그럴 시간조차 없어졌습니다.  더구나 엄마의 모습조차 볼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오히려 교회 안다니는 언니들도 마음을 정리하고 엄마 편하게 보낼 드릴 준비하고 있는데 저만 허둥거리고 있는 것 같네요...  가까이 있었으면 좀 달랐을까요...

다음 달이면 셋째아이 출산이라 어제는 교회분들이 베이비 샤워를 해주셨습니다. 새로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와 축복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은 엄마를 보내드려야하는 준비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네요....

엄마가 너무 힘들지 않게.... 스스로 죽음에 대해 준비하실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Comments

박선희 2007.07.08 13:01
  기사모님, 사모님과 목사님, 그리고 한국에 계시는 가족들의 그 가슴아픈 상황에 대해 저희가 무슨말로 위로할수가 있겠어요. 다만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기사모님 가정에 어떤 모양으로든 가장 좋은것을 주시리라 믿읍니다.
금요예배때 모인 우리모두가  간절히 하나님 아버지의 긍휼하심과 치료의 광선을 발하여 달라고 기도 했었읍니다.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인지 조용히 기다리며 인내 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용기를 잃지 마셨으면 합니다.
김동욱 2007.07.08 13:17
  사모님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신 줄 믿고 감사를 드립니다. 샬롬!
이정근 2007.07.08 13:45
  기사모님,저의 어머님도 작년11월 말에 돌아 가셨는데
저희 어머님의 돌아 가시기전 소원이셨던 이 못난 작은 아들을 보고 싶어
저를 보기전에는 죽을수 없다며 눈물로 지새였는데.
저희 어머님의 소원과 이 불효자식의 소원이었던 어머님과의 만남은
이루어 지기도 작년11월 달에 돌아 가셨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겨뎌내며 이 모든 슬픔과 가슴속의 응어리는
오랫동안 지울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작지만 커더란 우리 예수생명교회 성도 분들의 위로와 사랑 그리고
주님께 매일 매일 기도와 간구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다스리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기숙영 사모님 누구의 위로 보다더 한번쯤 더 보고싶은 어머님 향한 그리움을
조금은 알기에 우리 모두 합심하여 중보 기도를 드리길 원합니다.
고국을 떠나 먼나먼 곳에서의 이민 생활이 누구나 한번씩 격은 슬픈 사연이
너무도 많습니다.
용기를 잃지 마시고 힘내세요
주님께서 기숙영 사모님의 모든 가족 에게 용기를 주시고 간절한 소망을
주실 겁니다.
힘내세요.
김혜자 2007.07.08 21:33
  기숙영사모님!
어젯밤에 사모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동안 참고 있었던 감정이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변하였기에... 이제야 올림니다.
보고 또보고해도 보고 싶은 것이 모녀지간인 그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 글로 다 표현 할 수 있겠어요...
기숙영사모님을 사랑하시는 하시는 하나님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것을 믿읍니다.
얼마 안있으면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라도 하나님이 주시는
담대함과 평안이 흐르도록 간절히 기도 합니다.
송선희 2007.07.10 09:28
  가족중 한사람이 의사로 부터 듣게 되는 삶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처럼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말도 없을것입니다
지금 사모님의 심정이 어떤지 이해가 되는군요
그러나 그런 슬픈 감정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기도할수 밖에 없어요
기도하면서 힘을 얻고 나가세요
하나님의 평안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