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 사건을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김동욱 0 4,235 2007.04.22 01:44
한국 태생의 미국 영주권자 조승희씨가 저지른 만행으로 인하여 온 미국이 슬픔에 잠겨 있다. 조씨의 총격으로 인하여 희생당한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조씨가 ‘한국인’이라는 이유가 미국의 동포 사회를 절망과 비탄 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범인이 우리와 같은 한국인의 피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운 심정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범인이 ‘한국 태생’이라는 이유 때문에 우리 모두가 범인인 것 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미국의 언론에서 조씨의 사건을 보도하면서 “South Korean”이라고 말하는 것에 관하여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다민족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뉴스의 촛점이 되는 사람을 보도할 때에 종종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 한국의 언론들이 보인 보도 태도를 보면 한심하기가 그지 없다. 금방 미국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하여 보복 공격이 행해질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듯한, ‘뭔가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보복성 공격들이 일어나야 하는데 왜 조용하지?’라고 묻는 듯한 보도 태도를 보면서, 이 사람들이 미국이란 나라를 알고나 보도를 하는지 아니면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인지 하는 의아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이나 사고를 보도할 때는, 그 사건이나 사고를 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 보아야 한다.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이나 사고를, 단지 그 사건이나 사고에 한국인이 연관되어 있다는 이유 만으로, 한국인의 시각으로 한국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대단한 판단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미국인들이나 미국 정부에서 “한국 출생의 미국 영주권자가 저지른” 개인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는 것을 한국에서는 “한국민이 저지른” 범죄로 “대한민국이 저지른” 범죄로 이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넘어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한국에서 그토록 ‘민족적인 분노’를 일으켰던 ‘미선이 사건’을 보는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의 시각은 “단순한 교통 사고”였었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를 바라 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을 보여 주는 좋은 예에 속할 것이다.

추모 행사를 한다고 요란을 떠는 일도, 성금을 모은다고 수선을 피우는 일도 모두 그만 두기를 바란다. 우리가 떠들면 떠들수록, 조승희 사건은 조승희라는 개인이 저지른 범죄가 한국 국민이 저지른 범죄로, 대한민국이 저지를 범죄로 변질되어 버리게 된다. 조승희씨는 초등 학교 3학년 때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자랐던 기간 보다 미국에서 성장했던 기간이 더 길다. 미국의 학교에서 공부했고, 미국의 문화 속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속에 있었다. 그의 잘못된 성격 형성 등에 관한 책임은 엄정하게 보면 그의 가정이나 미국의 한인 커뮤니티에게 보다는 미국의 교육 제도와 미국의 잘못된 제도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조승희씨 사건이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와는 무관한 사건이니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조승희 개인이 저지른 범죄를 우리 모두가 함께 저지른 것 처럼 공범 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고, 행여 누가 우리에게 해꼬지를 할 까봐 불안에 떨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다. 어느 곳에나 돌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몇몇 사람의 철없는 행동을 ‘한인에 대한 공격’이나 ‘한인 사회에 대한 보복’으로 확대 해석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겠다. 그와 같은 잘못된 생각을 속히 떨쳐 버리는 것이, 이번 사건이 빨리 수습되어 지고 치유되어지는 첩경이 될 것이다.

* 뉴욕한국일보 2007년 4월 21일(토요일)자 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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