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세레머니

김동욱 1 3,392 2010.03.17 21:47

얼마 전에 끝난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빼어난 실력을 발휘하여 온 국민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숏트랙 한 종목에서만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었던 예전의 올림픽과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의 아들 딸들이 스피이드 스케이팅과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장한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은 대회가 계속되는 내내 우리 모두를 TV 앞으로 불러 모았었고,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우리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에 뜨거운 격려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 주었다.

밴쿠버의 승전보를 전한 신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모두가 함께 외쳤던 승리의 함성이 아직 귓가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불교계가 선수들의 ‘기도 세레머니’를 트집잡고 나선 것은 참으로 옹졸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개신교계를 향하여 “포용력이 없다”느니 “배타적”이라느니 하며 마치 자기네들은 화합과 관용의 화신이나 되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여 왔던 그네들이, ‘기도 세레머니’에 대하여는 왜 이리 속 좁은 모습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운동 선수들이 보여 주는 ‘세레머니’는 종목 마다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야구 경기에서 홈런을 친 타자는 두 손을 번쩍 들어 기쁨을 표시한다.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 낸 투수는 주먹을 불끈 쥐어 승리감을 나타낸다. 골을 넣은 축구 선수들이 기쁨을 표현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관중석을 향하여 질주해 가는 선수도 있고, 감독에게 달려 가 얼싸안는 선수도 있고, 동료 선수와 부둥켜 안는 선수도 있고, 가슴에 성호를 그리는 선수도 있고,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드리는 선수도 있다.

이번에 불교계에서 트집을 잡고 나온 것은 경기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드리는 선수의 모습이다. 경기의 실황을 내보내고 있는 TV 중계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 중에는 비기독교인도 있으니, 기독교인의 냄새가 풍기는 ‘기도 세레머니’를 하지 말라는 요구인 것이다.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불교계의 행사를 보도하는 장면도 TV 뉴스에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 같은 기독교인 즉 불교도가 아닌 사람도 그 장면을 보아야 하니까 말이다. 골을 넣고 좋아 하거나,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어떠하건, 같이 기뻐해 주고 같이 축하해 주면 되는 일이다.

우리 기독교인들도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기도해서 이겼다” 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그랬을 수도 있다. 헌데, 그 경기를 앞두고 이기게 해 주십사고 기도한 사람이 어디 그 선수 하나 뿐이겠는가? 같은 팀 내에도, 상대 팀에도 하나님을 믿는 선수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들도 자기가 골을 넣기를 바라며, 자기가 우승하기를 바라며, 자기 팀이 승리하기를 바라며,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겠는가?

물론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의 기도에 똑같이 응답하시지는 않는다. 더 간절한 기도가 있고, 더 절박한 기도가 있고,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응답하시기를 기뻐하시는 기도가 있다. 하나님께서 듣기를 원하시는 기도가 있다. 하나님께서 듣기를 원하시는 기도가, 하나님께서 응답하시기를 원하시는 기도가 자기가 골을 넣게 해달라거나 자기가 경기에서 우승하게 해달라거나 자기 팀이 경기에서 이기게 해달라거나 하는 기도는 아닐 것이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도, 응원하는 사람도, 구경하는 관중도 “하나님, 어떤 선수도 다치지 않게 하시고, 모든 선수들이 경기의 룰을 잘 지키며, 최선을 다하여 멋진 경치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이 참된 기독교인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 2010년 3월 17일 자 <크리스찬 투데이> 시사 칼럼 IN & OUT

Comments

maria 2010.07.17 05:18
늘 감사하며 기도할때
영으로 충만하여 감사드리는
세레머니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