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의 저주
이정근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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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4 09:47
경제계에서 회자되는 말 중에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초고층 Land Mark 빌딩이 완공될 즈음 그 나라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게 된다는 내용으로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경제학자인 앤드류 로랜스가 과거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서 1999년 주장한 말이다. 마천루(skyscraper)라는 말은 영어 그대로 풀이하면 하늘에 와 닿는 빌딩이란 뜻이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19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라이프 빌딩(50층, 213m) 준공 시점에 찾아온 경기침체, 1930년과 1931년 차례로 준공한 뉴욕의 크라이슬러 빌딩(77층,319m)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02층, 381m)이 세워질 무렵 경제대공황이 엄습했고 1970년 중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11층, 417m), 시카고의 시어스타워(108층, 442m)가 완성되자 오일 쇼크의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미국의 살인적 물가고와 뉴욕시의 재정위기가 있었고, 1998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의 페트로니스 트윈타워(452m)가 완공되자 아시아의 IMF가 찾아왔고 지난달 말 중국의 샹하이에 완성된 세계금융센터(WFC, 492m)가 완공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마크되었지만 세계금융위기가 오면서 세계경제가 뿌리 채 흔들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세계최고층빌딩인 아랍 에미레이트의 버즈 듀바이(800m)는 어떤 신화를 낳을지 자못 궁금하다.
‘마천루의 저주’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초대형 빌딩건설은 통화정책이 완화 될 시점에 시작한다. 시중에 돈이 풍부해지면서 세계최고라는 희소성의 가치에 눈먼 돈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초고층랜드마크가 지어지지만 몇 년이 지나 완공이 될 시점이 되면 경기과열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불황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인류역사에 있어서 최초의‘마천루의 저주’는 노아의 후손들이 죄악으로 교만하여져 하나님과 같이 되고자 바벨탑을 쌓았다가 하나님에 의해 무너진 사건이다. 이는 인간의 욕심과 교만이 빚은 참사였다. 세계는 지금 마천루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은 초대형 빌딩을 짓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마천루는 짓고 있지 않지만 저들의 마음속에는 엄청난 높이의 마천루를 짓고 있었다. 호경기 시절에 과도한 투자와 맹목적인 소비행태는 지금의 금융대란의 원인이 되었고 또한 은행들과 투자기업들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서브프라임 같은 고이윤, 하이리스크에 투자하는 아슬아슬한 곡예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 외형적인 마천루 건설은 없었지만 개인과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차지하기 위해 더 크고 더 높은 욕망의 마천루를 짓고 있었던 것이었다.
성서의 바벨탑이 인간의 교만함과 욕심에 의하여 지어지다 무너져 내린 것처럼 오늘날의 마천루가 인간의 욕심과 교만으로 비롯되었다면 인류의 평화와 공존과 친환경에 기초하지 않은 인간 탐욕의 마천루는 또 다른 재앙의 원인이 될 것이며 교만을 가장 싫어하시는 하나님이 바벨탑을 허물듯이 인간 세상에 언제 또 다른 경제 불황이 닥치게 하실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샘물장로교회 현영갑 담임 목사 (샘물이야기) 에서 퍼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