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안고 가야

김동욱 1 4,518 2008.04.15 21:44
지난 4월 9일에 실시된 한국의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153석을 획득하여 원내 제1당이 되었다.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를 넘긴 당선자를 냈으니 마냥 기뻐해야 할터인데, 한나라당의 속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선거에서 이긴 한나라당의 사정이 편치 못한 것은 소위 “이명박의 사람들”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이 가져다 준 인과응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에서 승리한 그들은 당도 국회도 모두 자기네 사람들로 채우려는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냈었다. “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공천”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대표가 합의를 했었지만, “이명박계”의 실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대표와의 합의를 철저히 무시했었다. 그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은 “친박 연대”와 “무소속 친박 연대”를 출현케 했고, 유권자들은 그들의 과욕을 용납하지 않았다. 욕심의 주역들을 낙선시켜 버렸고, 그들의 과욕 때문에 희생되었다고 생각되는 “친박계” 출마자들 거의 대부분을 당선시켜 주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한나라당으로부터 쫓겨났다”고 주장하는 “친박계” 당선자들이 한나라당으로의 복당을 바라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그들 모두의 복당을 받아 들이는 대신에 선별적으로 허용하려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마음에 드는 몇몇 사람들만을 받아 들여서 자기네들 마음대로 국회를 좌지우지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참으로 답답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해서 소속의원 몇명을 늘인다고 하자. 현재 한나라당내에 있는 “친박계” 의원 30명 정도가 당지도부의 뜻대로 움직여 주리라고 생각하는가? 열 명도 안되는 숫자의 원군 --- 그 사람들이 복당 후에 원군이 될런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 을 늘이고 30명의 반군을 만드는 것이 국회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는 나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 박근혜 전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도울 사람이지 이명박 대통령과 경쟁할 사람이 절대로 아니다. 박근혜 전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경쟁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박근혜 전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데에 최선을 다할 사람이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5년 후를 바라보며 나아갈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는 5년 후에 박근혜의 실패로 귀결지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박근혜 전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경쟁하려고 하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전대표를 안고 가야 한다. 그녀는 솔직한 사람이다. 그녀는 사술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녀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녀는 항상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그녀를 “정치인답지 않은 정치인”이라고 말했었다. “온갖 거짓말이 난무하고 약속을 어기기를 밥먹는 것 보다 쉽게 하는 한국의 정치 풍토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자기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 박근혜 전대표”라고 그 사람은 이야기했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대표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녀가 “속았다!”고 했을 때, 그 이야기가 누구를 향한 말이었는지 국민들은 알고 있다. 박근혜 전대표와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이다.

* 뉴욕한국일보 2008년 4월 15일(화요일)자 A 16면 나의 생각

Comments

박선희 2008.04.17 11:22
  항상 선거때만 되면 되풀이 되는 추한 욕심, 욕심들.....
언제쯤에나 이런 꼴불견이 없어지려나.....
정치도 장난이 아니요, 나라도 개인의 것이 아닐진대 왜들 사리사욕은 그리도 많은건지.......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에 이른다고 성경에 써있는데......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군이 되는 정치판.....
부디 국민 모두가 원하는 깨끗하고도 준비된 정치를 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