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다운 행동

김동욱 0 4,317 2013.06.07 01:51
바쁜 까닭에, 이런저런 모습의 행사에 참석하는 횟수를 대폭 줄였다. 꼭 참석할 수밖에 없는 행사들, 꼭 참석하고 싶은 행사들에만 가곤 한다. 전자는 참석하고픈 생각이 전혀 없거나 별로 없지만, 이런저런 고려해야 할 사정과 형편들 때문에 마지못해 가는 경우이다.

이에 반하여 후자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참석하는 경우다. 최근 에 한 행사에 다녀왔다. 이런 행사들을 왜 하지? 라는 의문이 강하게 드는 행사였지만, 꼭 참 석해야 하는 행사였다. 내가 그 행사를 주도하 는 입장도 아니고,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도 그 행사의 당사자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니 꼭 참석해야 하는 행사였다.

그 행사를 주최한 단체의 대표자 되시는 분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이 글을 쓴다. 행사 준비와 관련하여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자꾸만 짜증을 내는 것이었다. 예전에 있었던 행사의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고 짜증을 냈다. 사진의 구도가 안 맞는다는 것이었다. 사진의 위 아래와 좌우에 여백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을 때 구도를 잘 맞추어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 가? 하지만, 행사장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전문 사진사가 아닌 경우들이 많지 않은가 말이다. 또 옛날과는 달리, 요즘에 디지탈 카메라로 찍는 사진은 구도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별로 문제가 되지도 않 는다. 사진의 위 아래와 좌우에 있 는 여백을 없애는 정도의 편집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다. 굳이 사진에 여백이 많 다고 짜증을 낼 일이 아니란 이 야기다. 본인이 여백을 없앨 줄 모르 면, 인화를 맡기면서 부탁을 해도 된다. 그 정도의 작업이야 돈을 받지 않고도 해 준다.

행사의 장소를 제공한 단체의 대표자를 면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는, 장소를 제공한 단체의 소속원들도 다수가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행동은 망발에 가깝다. 따로 불러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야단을 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다. 그 사람도 엄연히 그곳의 대표자이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누군가로부터 심한 질책을 당하는 모습을 목도한, 그 사람이 이끄는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난 야단을 맞은 사람이 뭘 잘못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야단을 치는 사람의 인격에 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순이 시작되기 전에, 자기를 단상으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역시 그 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함께 한 자리에서 말이다. 제발 어른답게 처신하시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줄 알아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으로 참고 입 밖 으로 내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아무 곳에나 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른으로서 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소대장이 나서야 할 일을 참모총장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지시가 아 니라 주접이다. 뭔가가 부족해 보이면, 모든 행사가 다 끝난 후에 ‘수고 많았어! 다음에는 그것만 이렇게 고치면 더 좋을 것 같아!’라며 등을 다독 여 줄 줄 아는 어른,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저 나이들은 노인네이고 꼰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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