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 질서 지켜야
김동욱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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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0 23:55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열렸던 뉴저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9.11 추모 음악제에 다녀 왔다. 나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는 교우가 합창단원의 일원으로 그 음악제의 공연에 참여하고 있어서였다.
일찌감치 맨해튼 32가에 도착하여 6시 쯤에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공연장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카네기 홀이 자리하고 있는 57가와 7TH AVENUE가 만나는 지점을 향하여. 32가에서 카네기 홀까지가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에게 살아 있는 브로드웨이의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관광객들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중간 중간에 멈추어 서서 ‘증명 사진’을 찍기도 했다. 대낮처럼 밝게 타임즈 스퀘어를 비추고 있는 휘황한 네온 싸인들 속에서 ‘삼성’과 ‘LG’를 발견하고는 가슴 뿌듯한 감정에 젖기도 했었다.
카네기 홀 안으로 들어서자 낯 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 온다. 내가 올 봄까지 다녔던 교회의 성도들도 많이 눈에 띄었고, 이경로 뉴욕한인회장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정각 7시, 연주가 시작되었다. 음악에 관하여는 전혀 아는 것이 없는지라 연주회에 관하여는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관객들의 태도에 관하여 내가 느꼈던 점을 적어 본다.
박수를 쳐서는 않될 경우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박수를 쳐서는 않될 때에 박수를 치는 것은 결코 격려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오히려 연주의 맥을 끊고 연주자들에게 혼란을 주게 된다.
연주가 진행되는 도중에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연주가 진행중 일 때에 자리를 옮겨 다니거나, 자리를 떠서는 안된다. 음악회와 같은 정숙함이 강조되는 곳에서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 하나가 연주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가져다 주게 된다.
아무 때나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이, 모든 연주자들이 부러워하는 카네기 홀의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두고 싶어하는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 수록 진정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좋은 연주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혼신을 다하여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작은 움직임도 큰 방해로 다가가기 마련이다. 내가 앉아 있었던 자리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젊은이는 안내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안내원이 몇 번씩 다가와서 주의를 줄 때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청중들의 태도는 칭찬을 받을만 했다. 연주자들을 향하여 보내 주는 박수의 크기도 컸고, 입장을 할 때나 퇴장을 할 때의 질서도 정연했다.
카네기 홀을 나와 자동차를 주차해 두었던 32가까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제법 늦은 시간인데도 인도에는 여전히 인파가 넘치고 있었다. 얼굴을 스치며 다가오는 가을 바람이 상큼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내가 또 다시 음악회를 찾게 될 때는 위에서 지적했던 찝찝한 모습들이 완전히 자리를 감추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 본다.
* 김동욱<포트워싱톤>
* 뉴욕한국일보 2006년 10월 10일(화요일)자 A11면 나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