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려 놓았는가?
김동욱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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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3 06:57
"김 선생님, 얼굴이 더 좋아지셨습니다." 제법 오랫만에 만난 분께서 저에게 해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목사님과 커피를 마시면서, "포기해서 그런가요?"라고 여쭈었습니다. "포기가 아니라 내려 놓으셔서 그럽니다"고 목사님께서 답해 주셨습니다. 목사님과 종종 나누었던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짧막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도 충분히 교감이 되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교우들을 위로하면서, 뭔가를 이루어 보려고 발버둥치는 성도들을 향해서, 우린 늘 이렇게 말을 합니다. "모두 내려 놓으세요. 하나님께서 도와 주실 거예요." 고민거리가 무엇이건, 그 대상을 내려놓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예전의 것들을 벗어 던지라고도 이야기합니다. 과거에 가졌던 것들로부터 자유해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조언하는 사람들을 바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벗어 던지라고, 자유해지라고 외쳐대는 그들이, 자기들 스스로는 어떤 것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와지지 못합니다.
육식은 해로우니, 채식을 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자기는 육식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입니까? 그거야말로 코메디입니다.
목사님의 대답을 듣고, 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내가 정말 내려 놓았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내려 놓은건지, 포기를 한건지, 아예 무관심해져 있는건지... 어느 쪽이 됐건, 그 일에 잡착하고 있지 않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큰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작은 실천, 아주 작은 실천이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