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운 동안 한국은 온통 ‘광우병’으로 들끓었다. 광우병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전국을 휩쓸었다. 나이 어린 여중생들이 너도 나도 촛불 시위의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어린 아들을 무등에 태우고 촛불 시위 대열에 참가한 젊은이도 있었고, 유모차에 젖먹이를 태운채 촛불 시위를 벌인 가정 주부도 있었다. 어린이도, 어른도, 너나 할 것 없이 수 많은 사람들이 촛불 시위 대열에 동참했었고 ‘촛불 시위 문화’라고 하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한국에서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을 때에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반응은 “뭐가 문제지?”였다. 식품 전문가들도 아닌 지역한인회장들이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은 우리가 보증한다”는 엉뚱한 말을 하여 톡톡히 망신을 당하기도 하였다.
미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서 광우병에 대한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필자도 거의 매일 쇠고기를 먹지만, 단 한번도 광우병을 염려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혀 염려하지 않는 광우병에 대하여 왜 한국민들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미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미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와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동일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아니다. 미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쇠고기는 20개월 미만의 소를 도축하여 생산한 것이다. 헌데,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는 30개월 된 소를 도축하여 생산한 쇠고기도 포함될 수 있도록 한미간에 합의를 한 것이었다. (촛불 시위 덕분에 30개월 이상된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의 대 한국 수출은 일단 유예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판매할 수 없는 쇠고기를 한국으로 수출을 할 수 있는 길을 한국 정부가 열어 준 것이었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촛불을 들고 시위에 참가한 것이었다. “우리도 미국 사람들이 먹는 것과 같은 쇠고기를 먹게 해달라”고…
그런데, 촛불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을 “반미 세력” “용공 세력”이라고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뉴욕에 있는 기독교인들 중에… 이름만 대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촛불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어떠한 요구를 했기에 그들을 “반미 세력” “용공 세력”으로 매도한단 말인가? 그들이 미군 철수를 요구했단 말인가? 그들이 공산당을 합법화하라고 요구를 했단 말인가? 도대체 그들이 요구한 것이 무엇이기에, 그들을 “반미 세력” “용공 세력”으로 몰아 세운단 말인가?
그들이 요구한 것은 단 한가지, 광우병에 걸릴 위험도가 높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막아 달라는 것이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책무를 다해 달라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그들이 한 것이었다. 그런 당연한 요구를 한 사람들을 향하여 “반미 세력” “용공 세력” 운운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뉴욕의 기독교계에 광우병(廣愚病)이 발발할까 봐 심히 염려스럽다.
김동욱 집사 <뉴욕 코리안 닷 넷 대표>
* 크리스챤 투데이 2008년 7월 2일자 시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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