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깃꾼을 조심하세요!
김동욱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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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9 05:21
소위 ‘케네디-메케인 법안’으로 불리우는 친이민 법안이 어제(27일) 미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채택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연방 상원은 오늘부터 2주 동안 이 법안에 대한 심의를 계속하게 됩니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3대 한국어 일간지들 중, 무료로 배포되는 세계일보를 제외한 2대 일간지가 어제 상원법사위원회에서 ‘케네디-매케인 법안’이 채택되었다는 기사를 1면 탑에 올려 놓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불체자 영주권 취득 길 열린다’ 라는 큰 제목 밑에 ‘6년 일하면 합법이민 가능한 매케인 법안 상원 법사위 통과’라는 부제를 달아 “의회의 이민법 회의가 시작된 27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이민자단속강화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이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앙일보의 2/3 정도 싸이즈의 제목으로 ‘친이민 법안 단독안 채택’ 이라는 제목 밑에 ‘연방 상원 법사위, 반이민 법안 제치고 승인’이라는 부제를 달아 “청년학교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등 이민자 권익옹호단체들이 27일 워싱턴 D.C.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올바른 이민개혁 촉구를 위한 전국 집회’에서 한인 참가자들이 친 이민 성향의 이민개혁법안 제정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진과 함께 이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상원법사위원회에서 친이민 성향의 법안이 채택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서류미비자들에게 커다란 빛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원법사위원회에서 법안이 채택되었다는 것은, 이제 해당 법안을 상원 본회의에서 심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일 뿐, 그것 자체로는 아무런 효력도 없다는 것입니다. 어제 법사위에서 채택된 법안을 상원 본회의에서 심의하면서 단순히 해당 법안에 대한 찬반만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상원법사위에서 채택되어 본회의로 넘겨진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법안이 어떻게 탈바꿈을 하게 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오늘부터 2주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입니다. 상원본회의에서 친이민 성향을 띈 법안이 확정되어진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법안이 법률로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통과되어 있는 반이민 성향을 띄고 있는 하원안과의 절충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하원의원들은 상원의원들에 비하여 선거구민들의 동향에 더욱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상원 본회의에서 친이민 성향의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하원과의 절충과정이 순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는 필자를 향하여 ‘왜 그런 비관적인 전망을 하느냐?’고 나무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이민법의 변화 조짐이 있을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악덕브로커들이나 사깃꾼들로부터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시라고 주의를 환기시켜 드리려는 생각에서입니다.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여행객이 그저 이제 짐을 싸들고 집을 나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목적지까지 가는데에 얼마나 오랜 시일이 걸릴런지, 목적지에 도달할 수는 있을런지 아직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차분하게 진행 상황을 지켜 보는 것, 그것 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