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지를 부리지 말자
김동욱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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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5 22:29
요즘 언론매체를 통하여 보도되는 소식들 중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정도를 넘어 황당한 기분을 갖게 하는 기사가 있다. 남한과 북한의 축구 경기에 관한 기사이다.
2년 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게 되는 월드컵축구대회 아시아3차예선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오는 26일 평양에서 열리게 되어 있다. 헌데 경기를 앞두고 북한측이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이다. 예선전을 포함한 모든 월드컵 축구 경기에는 반드시 출전팀의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연주하도록 되어 있는데, 북한측이 “평양에서 열리는 경기에는 대한민국의 국기를 게양할 수 없고 애국가도 연주할 수 없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측은 평양에서 열릴 예선 경기에는 “태극기를 게양할 수 없고 애국가도 연주할 수 없으니, 태극기 대신에 한반도기를 사용하고, 애국가 대신에 아리랑을 연주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북한측이 태극기의 계양과 애국가의 연주에 관하여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나왔을 때에, 왜 대한축구협회가 북한과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협상을 시작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FIFA의 월드컵 예선 규정 22조는 “예선 기간 FIFA기와 페어플레이기, 양국 국기가 모두 게양돼야 하고, 양국 선수 입장 직후 양국 국가가 연주돼야 하며 이는 의무 사항에 속한다”고 되어 있다. 양국의 국기를 게양하고 양국의 국가를 연주하는 것은 양국이 협의해서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 사항인 것이다. 이와 같은 FIFA의 규정을 어기고 북한측의 요구를 받아 들여 태극기 대신에 한반도기를 게양하고, 애국가 대신에 아리랑을 연주한 후에 예선전을 치렀을 경우에, 남북한과 같은 조에 속해 있는 어떤 나라가 “남한과 북한의 경기는 FIFA의 규정을 무시한 채 치러졌으므로 몰수게임을 선언하는 것이 옳다”고 FIFA에 제소를 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대한축구협회가 더 이상의 협상을 하지 않고 FIFA에 중재를 요청키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눈을 우리 교계로 돌려 보자. 교계에는 북한처럼 어거지를 부리는 일이 없는가? 수 년 전, 뉴욕에 있는 기독교 언론 기관의 장을 선출할 때에 있었던 어거지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추천된 사장 후보를 거부한 것은 ‘한 노인’의 어거지라고 밖에 설명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뉴욕의 한 교회는 임직자들의 임기가 끝났는데도 도무지 내려오지를 않는다. 수 년 전, 현직에 있었던 임직자들의 임기가 만료되었었다. 임기가 만료된 몇 달 후에, 그 사람들의 임기를 연장하는 기막힌 일을 했었다. 임기를 연장하려면, 임기가 끝나기 전에 했어야 할터인데 임기가 이미 종료된 사람들의 임기를 연장한 것이다. 이미 사망한 사람에게 산소호흡기를 들이댄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렇게 연장된(연장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지만) 사람들의 임기가 또 다시 만료되었는데도 그대로 버티고 있다. 이번에는 임기 연장에 대한 동의도 받지 않고서 말이다.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 임기가 계속된다”는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한 규정은 ‘후임자를 선출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교회의 형편이 후임자를 선출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도 교회의 직분자도 그런 어거지를 부리는 추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상식이 통하는 교회와 직분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성경에 나타나는 예수님은 가장 상식적인 분이셨다.
김동욱 집사(nykorean.net 대표)
* <크리스찬 투데이> 2008년 3월 5일자 시사 칼럼 IN &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