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호칭
김동욱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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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1 21:44
제법 오래 전의 일이다. 같은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하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친구가 신학을 공부하여 전도사가 되었다. 같은 교회를 다닐 때는 경우에 따라 ‘아무개 성도’ ‘아무개 아빠’라고 호칭을 했었고, 서로가 존대말을 사용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전도사가 된 후로는 예전의 호칭을 사용해서는 안되었다. 그 친구가 원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얼핏 생각하면 예전에 사용하던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다정하게 들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너는 전도사라기 보다는 내 친구’라는 의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시 ‘아무개 전도사님’이라고 호칭하기 시작했고, 존대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그 친구도 나를 “집사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존대말을 사용함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둘 사이의 우정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평신도 시절부터 가져왔던 우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국회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만찬을 베푼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같은 대학을 나온 몇몇 사람들이 이 대통령을 “형님”이라고 호칭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이 대통령과 호형호제를 할 만큼 가까운 사이임을 과시하기 위하여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통령의 권위’를 무시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 자리는 대통령이 베푼 자리였지 형님이 베푼 자리가 결코 아니었다.
직함으로 호칭을 해야할 경우에 직함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바른 호칭법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직함을 사용해서는 안되는 경우에 직함을 사용하여 호칭하는 것 또한 바른 호칭법이 아니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한국어 신문에는 종종 장례식을 안내하는 광고가 실리곤 한다. 그 광고들 중에는 목회자들이나 교인들의 가족이 관련되어 있는 것들도 제법 많이 있다. ‘아무개 목사님(장로님/권사님/집사님)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으로 시작하는 것에 관하여는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목사, 장로, 권사, 집사 등 직분의 이름이 붙어 있지만 고인(故人)을 기리는 표현이니 전혀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밑에 유가족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부인 아무개 사모’, ‘아들 아무개 장로’, ‘며느리 아무개 권사’, ‘딸 아무개 집사’, ‘사위 아무개 집사’ 등등의 표현을 대하게 되면 씁쓸함을 넘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가족들의 이름을 나열할 때는 직함이나 직분을 쓰지 않고 그냥 이름만 적는 것이 바른 표현법이다.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해도 부고를 할 때는 ‘아들 아무개’라는 표현을 쓴다. ‘아들 대통령 아무개’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왜 유독 우리 기독교인들만 스스로를 높이지 못해 안달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주님께서는 겸손하라고 수도 없이 말씀해 주셨는데…
* 크리스챤투데이 (2008년 5월 21일자) 시사칼럼 IN & OUT
느낄수있는 겸손함으로 보여지는 언행일치의 아름다운
열매 그 자체일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