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의 사역지 이동

김동욱 3 5,603 2010.06.10 02:55
이민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한국행이 이어지고 있다. LA에서 담임 목회를 하고 있던 목회자가 뉴욕으로 옮겨 오기도 했고, 뉴욕에서 사역하고 있던 목회자가 LA에 있는 교회의 청빙을 받아 목회지를 이동하기도 했다.

필자는 목회자들의 사역지 이동을 적극 찬성하는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목회자들이 한 교회에 머물러 있지 않고 사역지를 옮겨 다니며 목회하는 것이, 교회와 목회자  뿐만 아니라 성도들에게도 유익한 영향을 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목회자들이 매 5~7년 마다 사역지를 옮겨서 목회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역지를 옮기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현재 섬기고 있는 교회 보다는 외형적으로 규모가 큰 교회로 이동한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고 사역지를 옮기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다. 하나님의 응답에 ‘증명서’가 있으면 좋겠다. 그 응답이라고 하는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청빙에 지원하는 서류를 냈다가 ‘퇴짜’를 맞은 목회자들은 들러리를 서라는 응답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청빙을 받은 목회자는 ‘하나님의 응답’ 운운하지만, 떨어진 목회자는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고 하지 않는다. 청빙을 받은 목회자가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면, 청빙에 떨어진 수 십 명의 목회자들은 분명 ‘들러리를 서라’는 응답을 받았어야 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응답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적어도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역지를 옮기면서, 가끔은 현재 섬기고 있는 교회 보다 규모가 작거나 현실적인 여건이 열악한 교회로 이동하는 목회자들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고 하면, 난 그들의 말을 기쁘게 믿을 것이다. 비교적 대우가 좋은 교회를 떠나, 제반 여건이 나쁠수 밖에 없는 오지에 선교사로 나가 몇 년씩 봉사하고 돌아오는 목회자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헌데,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좋은 조건’을 찾아 옮겨 간다. 왜 ‘하나님의 뜻’은 큰 사역지로의 이동 때만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하나님께서도 대형 교회를 선호하시는 걸까?  

사역지를 옮겨가는 목회자도, 새로운 목회자를 청빙하는 교회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룰이 있다. ‘거리’를 지켜야 한다. 현재 사역하고 있는 교회로부터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는 교회로 옮겨가야 한다. 점포를 운영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 점포를 팔고나서 똑같은 물품을 취급하는 인근에 있는 업소를 인수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말이다. 이와같은 몰상식한 행위는 시정잡배들도 하지 않는다. 그와같은 행위를 교회와 목회자들이 자행하고 있으니 마음이 아픈 정도를 넘어 가슴이 쓰리다.

새로운 목회자를 청빙하는 교회가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청빙이 결정되었을 경우에 미리 발표하지 말아야 한다. 김승욱 목사를 청빙해 하는 교회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김승욱 목사가 현재 시무하고 있는 교회에 사표도 제출하기 전에 청빙 사실을 발표해 버렸다. 새로운 담임 목회자를 청빙하는 대부분의 교회가 이렇게 해왔다. 이것은 예의도 아니고 순서도 아니다. 청빙 사실을 김승욱 목사에게 문서로 전달하고, 김승욱 목사로 하여금 시무하고 있는 교회에 사표를 제출하여 허락을 받는 절차를 거치게 한 후에, 청빙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바른 태도이다.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유능한 경영자를 돈의 위력을 내세워 낚아채 가는 것 처럼 보여 찝찝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 <크리스찬 투데이> 2010년 6월 9일 자 시사 칼럼 IN & OUT

Comments

jinnakim 2010.06.24 13:34
보암직도하고 먹음직도한 세상의 것 들이 이제는 교회안에서 조차도 만연하여
더 이상  하나님의 진정한 가치를 실추시키고 있습니다.
관리자 2010.07.14 05:06
이 글이 "나눔의 방"에 올려진 1,000번 째의 글입니다.
maria 2010.07.17 04:55
우리 모두가 주님앞에 설때까지
부끄럼 없이 신실한 모습으로 세워지기를
기도하며 다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코람데오"